어머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먼저 내 안부를 물으시고 아범은 회사 잘 다니는지 물으시고 아이들은 공부 잘하고 있는지 물으신다
그리고 나한테 선물을 보냈는지 안보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더니
어제 다락에서 그걸 발견하셨다며
다음주에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날 적당한 박스를 찾아서 포장해 보내주겠다고 하신다
예, 어머니 고맙습니다...제가 다음에 전화드릴께요
하지만 어머니도 아시고 나도 안다, 전화를 하지않을거라는 걸....
시집오고 나서 여러 해 동안 시어른들께
여러가지로 깨질 일이 많았지만 기본 껀수가 하나 있었는데
전화를 자주 안 한다는 거였다
아는 착한데 전화를 안해서....
항상 푸념이셨다
이제 아버님도 어머님도 포기하시고
먼저 전화를 걸어오시곤 한다
나는 아버님께 메일을 보내드리고 아버님은 그걸 어머니께도 읽어주신다
전화걸기 못지않게 안되는 건
전화받기 이다
성당일로 전화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연락이 잘 되지 않으니 원망을 자주 듣는다
내 전화도 안 받아요 하면서 때로는 신부님이 대신 변명해주시기도 한다
며칠전에도 외출했다가 전화를 안 받아서 남편이랑 대판 싸웠다
도대체 전화를 안 받으니 답답해서 죽겠단다
그렇지만
시도때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걸려오는 전화를 내가 꼭 받을 의무는 없지않은가 한다
특히 혼자 조용히 머물고싶은 시간에 갑자기 나를 불러내는 전화가 제일 싫다
자기 전화 받기 싫어서 내가 안 받는 거라고 남들이 오해를 할까봐 걱정이 되긴 한다
친한 친구들은 내가 전화를 받는 시간대를 알고 있기에 이제 그런 오해는 하지 않는다
나의 적, 전화...
남편이 핸드폰으로 먹고살지만 않았더라면
세상에서 첫번째로 없어졌으면 하는건 바로 핸드폰일 것이다
죽었다 깨나면 전화가 좋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