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해진 야고보씨

착한초보 2013. 7. 16. 23:34

  

이렇게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진짠가 싶기도 하고...

 

남편은 견진성사를 앞두고

자신이 준비가 안됐다고 느끼는 거 같았다.

 

주임신부님은 애초에 4 주 동안의 견진교리를 계획하셨지만

신청자가 너무 적자 파격세일을 단행하셨다.

4 주 동안 똑같은 내용의 교리를 네 번 하고

그 중 한번만 들으면 견진성사를 주기로 하신 것이다.

 

주일미사 때면 어김없이 졸다 와서는

맨날 똑같은 거 하는데 뭐가 좋냐던 남편도

그 꼬드김에 넘어갔다.

 

교리를 받는 날

성당 창으로 빼꼼 들여다보니

역시나 남편은 머리를 숙이고 있는 거였다.

졸려면 뒤에 앉을 것이지

커다란 사람이 앞에서 저러고 있다고 속으로 걱정했는데

나중에 교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강의도 착실하게 듣고

교재에 열심히 필기까지 해 온 것이다.

 

견진성사는 주일 교중미사 때 있었다.

견진성사 대상자가 많아 혼잡이 예상되니

대부모를 제외하고는 다른 미사를 참례하라는 안내가 미리 있었기에

일찌거니 남편을 성당에 들여보내고는

끝날 때쯤 다시 와야지 하고 집에 와서 기다리는데

미사 직전에 카톡이 왔다.

 

봉헌금 좀 줘

서두르다 봉헌금을 못 챙긴 모양이었다.

그냥 절만 해

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되게 민망하겠다 싶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봉헌 시간에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지갑 깊숙히 꼬물쳐놓았던 오만원 짜리를 봉헌바구니에 넣었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가 그래도...아아들도 그렇고...그래서 그렇다.

 

우리가 그래도 이렇게 무탈하게 살아가고

아이들도 건강하고 학교 생활 열심히 하는 것이

하느님 덕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오만원짜리를 봉헌하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누라 협박에 못이겨서 마지못해 성당에 나가던 남편한테서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오다니...

놀래서 기절하겠다.

 

 

 

 

  
놀람교향곡/하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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