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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 했다

만일 내일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한 채 떠나는 마음이 참 무거울 거 같았다. 이제부터 버릴 것을 잘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다리던 목요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설레는 마음까지 들었다. 자그마치 35년 전 제주도 신혼여행길에 쓰라고 아버님이 주신 방탄도 될거 같이 튼튼하지만 너무 무겁고 구식이라 딱 한번 쓰고는 창고 안에 처박혀 있었던 샘소나이트 트렁크 돌돌 말린 채로 30년은 묵은 돗자리 큰 아이가 입시미술 할 때 쓰던 커다란 나무 이젤과 화판 전지 사이즈 스케치북 케이스와 이절지 사이즈의 액자들 이것들은 낮에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서 내려놓았다. 이제 부엌으로 와서 제사 때 생선 찌는 데 쓰라고 어머니가 주셨던 지름 45 센티짜리 찜솥 몇년인지도 모르게 오래 써서 코팅이 벗겨지고 이리..

202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