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18

두려움과 죄책감 사이에서

11월에 남편이 회갑을 맞이했다. 더불어 연말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아빠 회갑 기념으로 딸이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일년 전부터 준비했었다. 남편은 외국 여행은 가지 못하니 제주도 올레길을 걷기로 마음을 정했다.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해서 남아 있는 휴가를 퇴직 전에 써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 시국에 여행을 간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 혼자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그러면 어때 라고 슬쩍 떠보았지만 생각 다 정리했다 라는 한 마디에 입을 다물고 남편과 함께 제주도 7박 8일 여행을 가게 되었다. 올레길은 초겨울이라 그런지 우리 둘 밖에 없었다. 참 좋았다. 올 때 딸들한테 뭐 하나씩 사다 줄려고 공항 면세점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거리두기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집에 와서 일주일..

2020.12.10

내 안에 있다 1

활이 건드려주길 숨 죽여 기다리고 있는 비올라 같은 그 아이의 이름은 감성이다 구매를 클릭하고 싶어서 그래 날 한번 꼬드겨 봐 고대하는 그 아이의 이름은 욕심이다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고 목표물을 찾는 그 아이의 이름은 미움이다 이도 저도 다 귀찮아 그저 잠만 자려는 그 아이의 이름은 게으름이다 겨우겨우 이 아이들을 다독거려 너무 모양 빠지지 않게 삶을 챙기는 그 아이의 이름은 이성이다

느낌 2020.12.03

이쑤시개로 콕

만석공원 앞을 지나는데 옆 차선 운전자가 빵빵 하더니 뒷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고 알려주었다. 얼른 길가에 차를 대고 살펴보니 오른쪽 뒷바퀴가 살짝 내려앉았다. 차 수리 기사님이 와서 바퀴를 살펴보곤 이거 같은데요 한다. 이쑤시개가 바퀴에 수직으로 박혀 있었다. 세상에 이쑤시개에 타이어가 펑크가 나다니 기사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단다. 다시 차를 달리면서 생각해보니 차한테 좀 미안해진다. 남편이 차를 바꾸게 되면서 타던 차를 주기로 해서 나도 이제 큰차 타는 거야 하면서 들떠 있었더니 내차가 삐져서 이쑤시개를 콱 박았나 보다. 최근 있었던 일과 오버랩된다. 두어 달 전에 한국 빈첸시오회 관계자가 찾아왔었다. 회보 편집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수원교구 빈첸시오회 회보를 편집한 지 이년이 되어가는데 보람있을..

2020.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