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강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에 까리따스수녀님은 대뜸 "게으름뱅이, 대구서도 아침에 왔는데"
변명을 할려고 입을 벙긋했다가 이내 닫아버렸다.
비비안나자매님은 영국에서 만난 이후 약 4년만인가 보다.
형제님과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하식당에 내려가니 자리가 없어 형제님을 혼자 앉으시게 하고
둘이서 밥을 먹으며 급히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자리에 어떤 신부님이랑 자매님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분들이랑 저녁을 먹고 남산까지 올라가게 될 줄이야
수녀님이 어떤 분들이랑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셨는데 알고보니 바로 그분들이었던 것이다.
수원교구에서 새로 시작할 호스피스 사목을 준비하시는 신부님과 그 일을 도울 자매였다.
다른 수녀님 한분, 안동교구에서 온 신학생 둘, 강사님 해서 여덟명이 명동성당 건너편 고깃집에서 잘 먹고
거금을 신부님께서 쓰셨다.
신학생들과 헤어져서 나머지 일행은 남산에 올라가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멀리서만 보던 남산타워도 옆으로 지나가고, 드디어 꼭대기에 오르니 그제야 바람이 분다.
사랑의 자물쇠들을 구경하고 카페에서 음료수를 한잔씩 하고
내려오는 길엔 아예 뾰족구두를 벗어버리고 맨발로 걸었다.
고맙게도 집앞까지 신부님께서 태워다주시고 성라자로 마을로 가셨다.
문득, 호스피스봉사를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 (0) | 2012.06.25 |
---|---|
가라앉는 시즌 (0) | 2012.06.22 |
자기는 은총이 뭐라고 생각해? (0) | 2012.06.11 |
안식년 (0) | 2012.04.26 |
이웃집 남자, 이웃집 여자 (0) | 2012.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