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바닥은 쩔쩔 끓고 사방은 캄캄한데, 여기가 도대체 어디냐
일어서다 천정이 뱅뱅 돌고 속이 너무 매스꺼워 주저앉고 말았다.
아내는 다짜고짜 손을 따야한다며 바늘을 들고 덤빈다.
찌를테면 한번에 찌르던지 왜 계속 바늘로 누르는거냐
아파서 비명이 절로 나는데 왜 입은 막는거냐
날이 밝자 아내가 수사님한테서 소화제를 얻어다 주었다.
한결 속이 편해지면서 잠이 쏟아진다.
얼마나 잤을까
창밖을 내다보는데, 어디서 돌콩만한 새 한마리가 날아와 통유리창에 빡 하고 부딪혀 떨어진다.
죽었나 싶어서 살펴보니 한참 후 새가 정신을 차렸는지 비실비실 일어난다.
잠시 이리저리 걸어다니더니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다.
미사를 갔다온 아내는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왠일인지 혼자서 청소며 분리수거며 다 한다, 집나오면 나만 시키더니
낮에 보니 피정집이 마치 절간 같다.
기와지붕엔 풍경까지 달려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밝고 화창하다.
저수지엔 썰매타는 아이들도 있고, 얼음낚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놈의 별난매운탕집이 보인다.
왜 네비가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을까
...내가 성당 안나가니까....한대 쎄리팼는갑다.
맨날 똑같은거 하는기 뭐가 좋은지 모르겠더만, 아내가 하도 가자니까 갔었다.
일요일 하루종일 쉬고싶어도 억지로 가서 졸고서라도 앉아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새로 온 젊은 신부가 아무한테나 반말을 뻑뻑 하더니
하루는 성경필사 안하는 사람은 ㅇㅇ을 잘라버리라는 거다.
열받아 성당에 안나갔다.
신부가 여기 수사님 같다면야 매일이라도 가겠다.
하기사 지금 본당신부님은 엇비슷한거 같다.
,,,매일이라도 간다는 말은 취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