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그 교육을 다녀온 후 체험발표를 하게 되었었다.
저는 그동안 하느님이 계신 곳과 안계신 곳을
제 마음대로 구분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봉사할 때는 거룩한 옷을 입고
집에 돌아오면 그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제멋대로 사는 거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하느님이 현존하심을 '보았습니다'.
하느님은 저와 함께 계시고
나의 과거를 다 아시고, 나의 현재를 보고 계시고, 나의 미래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말씀과 성사 안에서 살고싶다는 열망이 일어나서
매일미사를 드리기로 결심하고 실천했다.
그 후
몇 가지 일들로 시간을 쪼개 쓰는 날들이 많았지만
희한하게 별로 힘이 들지 않았고 일이 저절로 척척 돌아가는 것 같았다.
어깨에서 힘이 빠지며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고
하느님께 다 맡긴다는 것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지난 화요일이었다.
원래 영어교리 스터디를 하는 날인데 지도신부님이 연수를 가시게 되어
선물같이 주어진 여유시간을 빈둥빈둥거리고 있었다.
띵!
빈센트 병원에서 세시부터 연도가 있다는 문자가 왔다.
모처럼 시간이 비는 줄 어떻게 알고 연도가 생긴 것이다.
어떻게 하지
꿀같은 휴식인데
빈센트까지 갔다오려면 세시간은 잡아야 되는데
그렇지!
오늘은 원래는 스터디를 하는 날이고 세시면 연도를 갈수 없었을 시간이다
그냥 원래 예정대로 못가자
그렇게 결심하고 구역식구들에게 연도문자를 보내고
집에 숨어있었다.
그 다음 날
돌아가신 분이 알고보니 신학원 교수신부님의 아버님이시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기들과 저녁에 장례식장에 가게 되었다.
연도를 하고 미사도 드렸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받느라 미사를 못드렸는데
마음이 흐려있다가 활짝 개었다.
또 꼭곡 숨어있는 나이든 양을 찾아주시는 주님
당신 앞에 불러다가 또 당신을 내어주시는 주님
저는 또 죄송하고 감사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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