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굿판

착한초보 2013. 4. 19. 20:04

 

굿판

                                                                                                          

하상신학원 20108121 이영심 아녜스

1. 말 위령제 참관

2012520일 저녁에 과천 경마장에서 제90주년 경마의 날을 맞아 말 위령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과천으로 향했다.

 

너른 잔디밭 위에 굿판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무대 배경과도 같이 여러 신령들의 초상들이 세워져 있었고, 길게 차려진 너른 상 위에는 각종 음식과 과일들이 탑을 이루고, 떡시루, , 향로, 굿 도구 등이 차려져 있었다. 무대 왼쪽 편에는 말 위령제답게 당근, , 물이 차려진 상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고(사진 1), 무대 오른쪽 편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굿은 모두 열두 마당인데, 맨 처음엔 신청울림으로 시작되었다. 굿하기 전에 악기를 울려서 잡귀를 쫓아내고 굿청을 정화시키는 굿이다. 풍물패들의 흥겨운 사물놀이가 이어졌다(사진 2). 이어, 김금화 무당의 상산맞이가 시작되었다. 김금화 무당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인 서해안 풍어제 보유자로서, 올해 연세가 82세가 되신 분이다. 초를 밝히고 여러 신들을 맞이하는데, 특히 청계산 산신, 관악산 산신들과 지신들을 부르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사진 3).

 

다음 순서로 이순애 무당이 초부정굿으로 부정을 씻고 혼령께 밥을 대접했는데, 이 때, 객석에 앉은 관람객들에게도 고기와 막걸리가 제공되었다. 이어 영정물림으로 갖가지 영정을 다 불러 먹이고 액운을 멀리 보내는 굿이 이어졌다. 다음은 김혜경 무당의 칠성제석굿으로, 명과 복, 재수를 기원하는 굿이 이어졌는데, 물독 위로 올라서서 춤사위를 하기도 하였다(사진 4). 굿을 의뢰한 마사회 관계자들도 두루마기와 갓을 갖춰 입고 절을 하며 참여하였으며, 복채를 내는 사람들에게 무당은 특별히 복을 빌어주었다. 복떡이라며 떡을 나눠주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북새통이 되었고, 주최 측에서 급히 사람들을 무대 뒤로 데려가 줄을 서게 하였다.

 

이어서 소대감놀이굿으로, 김관우 박수가 노래를 부르면서 명과 복을 빌어주는 순서가 되었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나에게도 다가와서 복을 빌어주기에 가지고 갔던 가방을 벌려서 복을 받았다. 박수는 한 번 더 가방 가득히 후하게 복을 담아주었다. 다음은 타살굿으로, 피를 흘리며 죽어간 여러 군웅들을 위로하고 대접하여 피를 흘리게 하는 살을 막아달라고 비는 순서였다. 이순애 무당이 칼춤을 추다가 모래주머니 위에 거꾸로 세운 삼지창에 통돼지를 꽂고 빌자 똑바로 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고, 사람들이 복채를 돼지에 갖다 붙이며 치성을 드렸다(사진 5).

 

다음은 김동호 박수의 대감놀이굿으로, 재담을 하며 관중들에게 다가가 술과 떡을 돌리기에 나도 막걸리를 한잔 받아 마셨다. 다음 굿은 김혜경 무당의 수왕가르기였는데, 억울하게 죽은 혼령들을 불러낼 때 무당은 경기 중 급사한 기수들의 말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었다. 기다란 천을 갈라 길을 만들고 억울하게 죽은 혼령들을 극락으로 보내는 예식이 이어졌고, 사람들이 노잣돈을 기다란 천위에 올려다놓고 빌었다(사진 6).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작두거리가 시작되었다. 김혜경 무당은 칼춤을 추고 작두날을 혀로 놀리더니, 사람들 키높이로 설치된 작두 위로 올라서서 빙빙 돌며 춤을 추었다(사진 7). 매우 위험해 보였지만 다행히 무사했고, 모두가 어울려 춤을 추는 마당굿을 마지막으로 굿판은 끝이 났다.

 

2. 동물의 영혼

말 위령제에 참가하게 된 것은 무속에서는 동물의 영혼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동물의 영혼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지인이 키우던 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다. 그분은 외롭게 사시다가 유기견 한 마리를 키우게 되어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사셨는데, 갑자기 사고로 개가 죽자 마치 가족을 잃은 듯한 슬픔에 건강까지 상할 정도로 상심하셨다.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고 천국도 없다는 것이 교회의 믿음이니 서운한 마음이 더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동물이지만 같이 살다보면 마치 가족 같고 사람만큼 정이 드는데,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니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하고 동물들도 죽은 후에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 말 위령제에서는 실제로 무당이 말에 빙의되거나 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경기 중에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기수들의 혼령을 부르고 위로하는 모습만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경마가 매출이 많이 올라 사업이 번창하고 사고가 없게 해주기를 혼령들께 비는 데에 치중했다. 무속에서 빙의란 신이나 동물의 영혼이 씌는 것을 의미한다는데, 이번 말 위령제에서는 무당이 말에 빙의하는 것이 실패한 것인지 궁금했다. 굿을 하는 목적이 죽은 혼령들을 달램으로써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업이 잘 되기를 신령께 비는 것이라면, 사고사한 기수들의 혼령을 달래는 일이 굿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3. 느낀 점

첫째, 굿이 혼령의 세계를 다룬다고 하지만 지극히 현세적이라는 점이다. 이번 말 위령제의 목적도, 경마산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되자 말의 혼령을 달래고 여러 신령들의 도움으로 사업이 호전되기를 기원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복채를 내고 치성을 드렸으니 복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굿의 효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시각적, 청각적 효과가 뛰어나며 극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앞에서 무당이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불러내어, 잘 먹이고 잘 입혀서 달래어, 혼령이 길을 따라 극락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최자는 좋은 일을 했다는 위로감을 받게 된다. 또한 삼지창에 돼지를 꽂아 세우거나, 물독 위에서 춤을 추고 작두를 타는 등 극적인 내용이 전개되며, 처음부터 끝까지 사물놀이로 흥을 돋우어, 관객이 집중하여 무당과 혼연일체가 되게 하고 같이 굿을 치루어 낸다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셋째, 지극히 정성을 들인다는 것이다.

굿상은 색깔을 잘 맞추어 아름답게 배열되어 있었고, 굿에 필요한 모든 준비물은 정갈하고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었다. 여러 무당이 돌아가면서 굿을 할 때, 다른 무당들은 조력자가 되어 정성을 보태는 모습이었다. 특히 연세가 많은 김금화 무당은 시종 옆에서 큰 동작을 하며 치성을 드렸고 굿의 시작과 끝을 주관했다.

 

넷째로는 굿이 여성 중심이라는 점이다.

다른 종교와 달리 무속은 여성이 중심인 것 같다. 실제로 말 위령제에서도 사회자가 무당들은 무당으로 칭하지 않고 만신으로 높여 부른데 반해, 박수들은 만신으로 부르지 않고 그냥 박수라고 호칭했다. 또한 영정물림, 칠성제, 조상굿, 작두거리 등 중요한 굿은 무당이 하고, 신명을 돋우는 놀이굿은 박수가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굿의 중요한 목적은 한을 푸는 것이며 한은 여자와 관계가 깊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다섯째, 굿은 신명나는 어우러짐의 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있고 술과 음식이 있고 노래가 있고 춤사위가 있으니, 그야말로 음주가무가 다 갖춰진 잔치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단순한 신명을 위한 잔치가 아니라, 모든 혼령을 위해 같이 빌고, 아마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을 한을 푸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통한 치유가 이루어지는 잔치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파일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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