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씀
무용담 3 (선교분과 5)
착한초보
2020. 9. 11. 15:57
수녀님 예언 대로
신부님은 귀한 선물을 주시기도 하고
괜한 농담을 건네시기도 하고
친한 척을 많이 하셨다.
호랑이인줄 알았는데
고양이 신부님 이셨다.
하루는 무슨 일로 신자들에게 실망해서 많이 속상해 하시길래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시면 다 잘될 거예요 했더니
그지, 예수님도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데 기다려봐아겠지
하시며 눈을 반짝이면서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신부님 마음을 이해하고나서는 좀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붙들리면 30분이 기본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해 다녔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신부님은 정년퇴임을 하셨다.
정년퇴임미사에는 코로나 상황임에도 손님들이 성당을 가득 메웠고
신부님은 답사를 하다가 목이 메이셨다.
신경을 많이 쓰면 흰머리가 난다는데
작년부터 흰머리가 제법 났다.
검은 머리 속에서 도드라지는 흰머리는
스크레치인 듯 훈장인 듯 하다.
선교분과장 임기도 이제 몇달이면 끝난다.
그 동안 많은 것이 바뀌어서 자리잡아 가고있고
제법 재미있었고 기쁜 일이 많았다.
나는 달릴 길을 좀은 달렸고
제법 싸웠다고 추억하고 싶다.
하지만
기억은 참 내 입맛에 맞게 각색되게 마련이고
다른 이들의 기억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