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거울이다

착한초보 2018. 9. 20. 16:05

예비신자 환영식 날

꽃을 달아주느라 미사 전에 성당 입구에 서 있었다.


교중미사라서 많은 분들이 오신다.

자주 보는 얼굴들도 이렇게 보니 또 반갑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아 연신 인사를 주고받는다.


이사 간 줄 알았던 자매가 여전히 보인다.

멋쟁이 안나 할머니도 할아버지랑 오신다.

지난 성모승천대축일에 세례받은 모녀가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삼사년 전쯤 우리 반에서 교리를 참관했던 자매가 지나간다.

유아세례를 받아서 교리를 잘 모르겠어서 왔다며 열심히 공부했던 자매다.

자매는 성경공부도 하면서 교구 성경봉사팀에 들어갔는데

올해 처음으로 강의를 맡아 파견되었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


늘 살갑게 다가오곤 했었는데

전과 다르게 멀리서 흘낏 보고 지나간다.

마치 예전의 내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삼년 동안 교구 복음화봉사자회에 속해 있었다.

첫 해에는 양성교육을 받았고

둘째 해부터 파견되어 여러 본당에서 강의를 했다.

주로 5회로 구성된 강의 중 하나를 맡는 식이었다.


보통 이백여명이 듣는 강의니만큼

교안을 쓰고 소화해서 전달하는 일에 온통 매달리게 되었고

고작 십여 명이 듣는 본당 교리시간은 대충 떼운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 때 그랬다.

머리로는 본당이 우선이지 하면서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머리로는 낮아져야지 했지만

마음이 '나는 교구봉사자야, 난 강의도 해' 하며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했다.


올해 우리 교구가 두 대리구로 재편되면서

기존의 교구 봉사자회가 해체되었다.


가출했다 돌아온 기분이다.

우리 본당이, 우리집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예비신자들이, 우리 식구들이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다.


그 자매가

구름 위에 떠있었던 나를 보여주었다.


사람이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