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거울이다
예비신자 환영식 날
꽃을 달아주느라 미사 전에 성당 입구에 서 있었다.
교중미사라서 많은 분들이 오신다.
자주 보는 얼굴들도 이렇게 보니 또 반갑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아 연신 인사를 주고받는다.
이사 간 줄 알았던 자매가 여전히 보인다.
멋쟁이 안나 할머니도 할아버지랑 오신다.
지난 성모승천대축일에 세례받은 모녀가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삼사년 전쯤 우리 반에서 교리를 참관했던 자매가 지나간다.
유아세례를 받아서 교리를 잘 모르겠어서 왔다며 열심히 공부했던 자매다.
자매는 성경공부도 하면서 교구 성경봉사팀에 들어갔는데
올해 처음으로 강의를 맡아 파견되었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
늘 살갑게 다가오곤 했었는데
전과 다르게 멀리서 흘낏 보고 지나간다.
마치 예전의 내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삼년 동안 교구 복음화봉사자회에 속해 있었다.
첫 해에는 양성교육을 받았고
둘째 해부터 파견되어 여러 본당에서 강의를 했다.
주로 5회로 구성된 강의 중 하나를 맡는 식이었다.
보통 이백여명이 듣는 강의니만큼
교안을 쓰고 소화해서 전달하는 일에 온통 매달리게 되었고
고작 십여 명이 듣는 본당 교리시간은 대충 떼운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 때 그랬다.
머리로는 본당이 우선이지 하면서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머리로는 낮아져야지 했지만
마음이 '나는 교구봉사자야, 난 강의도 해' 하며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했다.
올해 우리 교구가 두 대리구로 재편되면서
기존의 교구 봉사자회가 해체되었다.
가출했다 돌아온 기분이다.
우리 본당이, 우리집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예비신자들이, 우리 식구들이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다.
그 자매가
구름 위에 떠있었던 나를 보여주었다.
사람이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