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어렵다는 야생 박하 죽이기 2
착한초보
2016. 5. 27. 07:44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리산에서 우리집으로 이사 온 야생박하 녀석이
그런데 도무지 자라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야심차게 제일 큰 화분에 옮겨심고
나름대로 꺽꽂이도 하고
가지치기도 했는데
이파리는 시들시들
줄기는 휘청휘청
뿌리도 흔들흔들
야생박하를 그냥 슥 이파리를 몇 개 따서
매일매일 차로 마시고싶다는 생각은
욕심일뿐이었다고
야생박하는 그렇게 온몸으로 외치며 섰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뽑는 것은 야생박하가 아니다.
이것은 내 욕심을 뿌리뽑는 것이다.
니가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미워서 이런다.
모진 마음을 굳힌 어느 날
눈을 질끈 감고
그 녀셕을 뿌리채 뽑아버렸다.
그토록 여러 날 망설이고 고민했는데
녀석은 반항 한번 없이
너무도 다소곳이 뿌리채 뽑혀져 나왔다.
녀석은 몸은 우리집 화분에 꽂혀있을 지언정
마음은 고향땅을 그리며 뽑혀질 날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지리산의 야생박하는 그냥 거기서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함부로 옮겨 심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향기와 그 색깔을 그저 그리워하다
혹 지리산에 또 가게 되면
무심한 듯 그 찻집에 들러 반갑게 재회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 어렵다는 야생박하 죽이기는
나의 모진 손끝에 그렇게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게 벌써 작년 이맘때 일이다.
가끔 녀석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