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2

착한초보 2015. 5. 29. 13:38

혼자 집에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유난히 귀를 찔렀다.

 

전화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고 조용한 음악만이 들려왔다.

다급하게 이어지는 며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아이의 소리...

그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누군가 딸아이를 납치했다!

 

아이들의 핸드폰으로 정신없이 다이얼을 눌러댔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라는 녹음소리 뿐...

 

미친년처럼 학교로 뛰어갔다.

 

아이 중학교가 바로 길건너였지만 아이를 찾아헤메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가

친구들과 해맑게 웃고있는 작은 아이를 확인하곤

바로 큰딸 학교로 달려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버스에 자리가 많았지만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 손잡이를 잡고 섰는데

기사가 백미러로 흘낏흘낏 쳐다보았다.

 

학교 매점에서 한참을 기다려

큰딸을 만나고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제 길거리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 아이들을 노리는 범인들 같았다.

 

큰아이가 어렸을 적에 있었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여름신앙학교를 하느라 나는 종일 성당에 있었고

아이는 집에 가고싶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탈 버스와 내리는 정류장을 알려주고 혼자 보냈다.

 

한참 후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던 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너 도대체 정신이 있는 애냐 없는 애냐

도대체 뭐하느라고 애를 혼자 보내서 정말 큰일날 뻔 했다

 

아이는 아파트 이름이 써있는 걸 보고 타긴 했는데

그 버스는 보통 때 다니는 아파트 단지 중간 길이 아니라 아랫길로 다니는 버스였고

그 길엔 거의 가본 적이 없는 아이가 내릴 곳을 놓쳐 한참을 갔던 것이다.

가는 차비만 주어서 보냈기에 아이는 몇 정거장이나 되는지도 모르는 길을

막연히 감에만 의존해서 울며불며 이모집으로 찾아갔던 것이다.

 

도대체 뭐하느라고 정신이 팔려서 아이를 잃어버릴 뻔했던 그 무서운 일이

이번에도 또 일어날 것만 같았다.

우리 가족의 개인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누군가가

끊임없이 우리 아이들을 노리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내 잘못인거 같았다.

 

먹을 수가 없었고 잠도 잘수가 없었다.

밖에 나가기가 무서웠다.

 

매일 작은 아이를 직접 교실까지 데려다 주고 학교 앞에서 기다려 집에 데려왔고

경찰에 큰 아이는 신변보호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