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여자

착한초보 2010. 4. 21. 02:46

 

딸이 시험공부하러 도서관에 같이 가자길래 숙제도 할겸해서 갔다.

자리표를 받아 들어가니 내 자리에 어떤 여학생이 앉아있다.

요즘도 메뚜기가 있구나

중용을 한참 필사하다보니 눈도 쑤시고 어깨도 아프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더니 어린 학생들이 꿈적도 않고 앉아있다.

 

대학시절엔 남자친구가 새벽에 학교 도서관에 가서 자리를 잡아주곤 했다.

도서관에 나란히 앉아 있자니 괜히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예쁘게 공부할려고 애쓰기도 했다.

남자친구가 졸업하고 나혼자 앉아 공부하게 되자 데이트 신청이 쇄도

했다고 기억하고 싶다.

그들은 커피 한잔을 빼들고 와서 내 자리에 슬그머니 놓는데 물론 난 한번도 마시지 않았다.

 

그땐 작은 핸드백을 사선으로 매고 책은 팔에다 끼고 다녔엇다.

요즘은 커다란 가방에 책들이랑 노트, 파일, 성경이며 컵까지 넣고 다니는데

한번은 컵 뚜껑이 열려 남아있던 커피가 쏟아졌다.

책에 얼룩이 졌는데 그래도 김치국물이 아니라 다행이다.

 

여고시절엔 1교시 마치고서부터 도시락 까먹는게 낙이었었는데

여기 오니 다들 간식거리들을 싸와서 그거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메뉴도 다양해서 빵, 과자, 과일서부터 떡, 김밥, 군고구마 등등, 오늘은 케잌까지 등장했다.

어떤 신부님이 여기 왜 다니는지 항상 묵상해보라고 하셨는데

먹는 재미로 다닌다고 하면 혼나겠지

  

매일 학교에 가다보니 요즘 살림이 영 말이 아니다.

청소기를 언제 돌렸는지 가물가물하고, 다니는 걸음걸음 발자국이 찍히곤 한다.

보다못해 딸이 가끔 청소를 하고 걸레질을 하기도 한다.

 

저번엔 운전하고 가는데 딸래미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냉장고에 먹을게 하나도 없어요, 너무 배고파요 

스피커폰으로 해놓는 바람에 차에 탄 사람들이 다 들었다.

 

어젠 밤늦게까지 부엌에서 먹을거리를 장만했다.

홍메기전도 부치고 오이 소박이, 오징어채, 미역무침도 해놨다.

반찬통에 차곡차곡 담아놨더니 딸이 엄마 어디 멀리 가요 하고 묻는다.

많이 생소했나 보다.

니가 이해해, 엄마 공부하는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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